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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요즈음 LA에는 7일 만에 한글을 깨우칠 수 있게 해 주는 분이 있다고 하는 소문을 듣고 있습니다. 그 분의 주장에 의하면 한글은 소리 문자라서 읽기만 하면 뜻을 저절로 알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 좀 이상하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아직 한글을 못 읽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분에게 부탁해도 될까 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Answer
한국에서 한글을 배워주는 것이라면 그분의 주장이 맞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기타 외국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완전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글자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배우느냐에 따라서 가르치는 법이 달라집니다. 이것을 잘 이해하시면 그분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한글을 가르쳐야 할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한국어 이외에 다른 언어로 생각하고 다른 언어로 말하는 아이들에게는 한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한글 이외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독일어나 서반아어나 헬라어 같은 경우이지요. 독일어 같은 경우는 알파벳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독일어를 쉽게 읽었다고 독일어의 뜻이 저절로 들어오나요? 미국에서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아이들이 한글을 읽는 것과 한국에서 한국어로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독일어를 읽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똑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유창하게 읽었다고 뜻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해서 읽는다고 뜻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절대로 안 됩니다. 영어로 의사표시는 잘 못하지만 영어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하루 종일 3년 정도 영어를 들으면 영어를 완벽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어를 읽어도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영어방송을 매일 같이 10년을 들어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자녀에게는 영어가 자국어이고 한국말은 외국어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아시고 읽게만 해 주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에 사는 자녀들에게 한글을 터득하게 해 주시고 싶으시다면, 글자를 읽게 해 주시는 것과 동시에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두 가지 작업들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미국 땅에 살면서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배우고 영어로 의사표시를 하는 한인 2세들이 한글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뜻도 모르고 읽기만 하는 것은 아주 나쁜 습관을 갖도록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뜻을 모르고 있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잘 아는 언어로 책을 읽을 때에도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생각 없이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겨날 가능성이 너무너무 높아지게 되고,
이럴 경우 독해력을 현저히 저하시킬 수도 있습니다.
단어도 알고 문법도 알지만, 문장을 읽어 내려갈 때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세 번이나 네 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비로소 뜻을 파악하게 되는 일이 발생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뜻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그냥 읽어나가는 것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런 잘못된 습관을 연습까지 시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중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때도 잘 읽는 것이 도리어 방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뜻을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유치원 수준인데, 글을 읽는 것에는 중학교 수준이라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배워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헤매다가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에도 왕도는 없습니다. 읽기를 잘 하니까 언젠가는 뜻이 이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리십시오. 부엌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누는 말 몇 마디를 하는 것을 보고 한국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게 배우려 하다가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노력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쉽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면 영어를 그렇게도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이 왜 영어 때문에 자녀들을 조기 유학 시키면서까지 난리를 치겠습니까? 특히 언어는 배울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실수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고, 기다려서 될 일도 아닙니다. 때를 놓치지 마시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서 제대로 가르쳐 주시기 권해드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__세 운 돌
6/10/2006_________________
"네 선조의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니라.” (잠 22:28)
Remove not the ancient landmark, which thy fathers have 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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