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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 엄마, 이우희 집사님 간증 3

 

자폐에서 벗어났습니다

 

(세번째 간증)

5/10/2008

이우희 집사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는데, 어떤 부부가 자기 딸의 자폐증이 한 살 이전에 맞은 예방 접종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6년 만에 드디어 법원으로부터 승인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였습니다. 그 아버지는 인터뷰에서 “마침내 백신 코트가 딸의 자폐증이 백신 때문임을 인정해서 다행” 이라고 말했다는데, 그것을 읽으며 저는 속으로 “So what? 그렇다고 딸의 자폐증이 고쳐지기라도 했단 말인가”하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도 그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신문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딸의 문제를 법정에까지 들고 가 싸울 정도면 딸의 교육에도 열심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가르치는 일은 가능한 전문가들에게 맡기고자 했고, 한 때 자폐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을 때는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것인 냥 착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설프게 습득한 지식으로 정규를 고쳐보고자 약 1년간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온갖 시도를 한 끝에 결국은 다 포기하고 이제 하나님만 바라보자 생각하게 된 것은 사실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거의 포기하는 심정에서였습니다. 그때 세운돌을 만나게 되었고 세운돌 성경공부를 하며 정규의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하나님만 바라보자 마음 먹었음에도 하나님으로부터 오지 않은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교육을 시작하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치유의 은사가 있다는 어떤 목사님의 집회에 정규를 데리고 가 안수를 받게 했습니다. 그분에게 안수 받고 나은 자폐 아이들이 있다는데, 정규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은 어떤 영양제를 알게 된 적이 있는데, 그것을 소개하는 글들과 테이프에 의하면 거의 만병통치약 같았고 특히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가 그것을 먹고 정상이 되었다는 내용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목사님께 기도 부탁을 드리고 우리 교회의 기도 멤버들에게도 테이프를 하나씩 나눠주고 들어본 후 의견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께서 받은 기도의 응답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보고 알아서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제 딸은 저에게 묵묵부답은 ‘No’를 뜻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인터넷 search에 전문가이신 한 집사님께서는 그 영양제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사기꾼이고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파는 것으로 볼 때 뭔가 석연찮다고 하셨습니다. 마침 한국에서 우리 집을 방문했던 여동생도 그 약을 과학적으로 증빙하는 논문이 없다면서 어쩐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난 후, 강하게 이끌렸던 제 마음이 슬그머니 사그라졌는데, 왜 그 두 가지 사건이 적어도 정규에게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는지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일은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므로 갑자기 일이 이루어지면 사람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어떤 일을 하실 때 한 가지만 생각하고 하시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것을 다각도로 생각하시며 종합적으로 일을 계획하시고 실행하신다.’고 목사님을 통해 들은 말씀들을 미루어 생각해 보면 그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지난번 간증 (2005년 11월) 에서는 정규가 어떻게 해서 학습 불가능한 아이에서 학습 가능한 아이가 되었는지, 전혀 씹지 않던 아이가 어떻게 해서 씹게 되었는지에 얽힌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 후로 거의 2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정규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므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저의 사명이라 여겨집니다.

 

     정규는 지금 13살하고 두 달이 지났고 세운돌 성경공부를 시작한지는 3년 7개월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밥’ 한 마디 밖에 하지 못했고 오직 동그란 것을 돌리는 일에만 열중하고 사람에게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지금은 단어들을 연결해서 자기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며 사람을 쳐다보고 웃고 반응하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고 그것을 따라서 모방하는 것을 때때로 봅니다. 작년 9월에 7학년이 되었는데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하는 말의 끝말을 따라서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에서는 오로지 한국말만 가르치는데도 보통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영어를 습득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정규는 저녁때 아빠 옆에 찰싹 붙어 앉아서 말을 하곤 하는데, 다음은 제가 어느 날 정규가 하는 말들을 적어본 것입니다: “오렌지 이따가, 포도 없다, 그네 타 (놀이터에 가자는 뜻), 토요일 학교 안가, 비빔국수, 포도, 떡볶이 이따가, 김치떡국, 비빔밥 없다, 안 된다, 누나 이따가, 이모할머니, 브라이언 아저씨, 공항, 포도 으으, 떡볶이 으으, 먹읍시다, 바나나 빵 (아빠가 ‘나중에’ 하니까 정규도), 나중에, 바나나 빵 이따가, 아기 (아이스크림을 뜻함) (아빠가 ‘안 된다’ 하니까 정규도), 안 된다, 이 닦고 코자고, 학교, 구역예배 으으, 기도하고, 목사님 으으, 사모님 으으…”

 

     정규의 처음 상태를 생각해 볼 때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자폐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해서 2007년도 통계에 의하면 8살 아동의 150명 중의 1명 꼴로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고 합니다. 자폐증의 증세는 너무나 다양하고 능력의 정도도 아이들마다 차이가 큰데, 정규의 경우는, 인지능력, 운동능력, 생활능력, 사회적 교류 능력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1-10까지로 등급을 매긴다면 겨우 1 정도가 아니었을까 여겨집니다. 그만큼 낮은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고치기 시작한 것이고, 그 동안 학교 교육을 통해서는 거의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정규에게 그때부터 실질적인 진전과 변화가 있게 되었습니다.

 

     2004년 9월 4일 세운돌 성경공부를 시작하며 정규의 교육도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받은 ‘교회’ 한 단어를 시작으로 단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말을 따라 하라고 했을 때 따라 해야 되는데 그것부터 되지가 않으니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거의 10년 동안 말을 안 하고 살아온 아이의 입을 열어 말을 하게 하는 일은 하나님이 아니시고는 할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말을 따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엄마의 말에 순종하는 태도가 되어야 학습이 된다 하시고 일정 공간을 띠(thread)로 표시한 후 띠 밖으로 나오면 매를 때리도록 하는 방법, ‘네’와 ‘아니요’를 따라 말하게 하는 것 등으로 순종을 가르치게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리 말을 하라 해도 입을 꾹 다물고 말을 안 해서 속이 터지고 미칠 것 같은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30분, 1시간, 1시간 30분씩 씨름 후에 겨우 소리를 내는 식이었고, 엄마 앞에서는 따라 하다가도 목사님 앞에서는 안하고, 마음이 내키면 하고 안 내키면 안하고… 그러나 내 마음이 내킬 때만 순종하는 것은 순종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2004년 10월 15일 밥 한 끼를 굶기는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순종적이 되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자폐라는 장애가 무너지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목사님을 우리 집에 보내신 순간부터 정규에게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것을 따라 했을 때 “하나님께서 정규에게 능력을 주셔서 이렇게 잘하네요.”라고 칭찬해주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하나님의 은혜예요.”를 가르치고 칭찬 받을 때마다 말하도록 시켰습니다. 말을 못하고 소리만 지르며 제멋대로 행동하던 아이가 입을 열어 말을 하게 되고 엄마의 말에 제재를 받는 아이로 변화된 것은 하나님께서 정규에게 능력을 주시고 저와 정규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하라는 것을 따라 했을 때 성령님께서 역사하시어 그 능력이 개발되어 나오게 하신 것이라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지요.

 

     하나님의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한 후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는 책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세운돌 성경공부 시작하기 직전, 2004년 여름 방학 때라고 기억되는데, 저는 나름대로 정규를 교육해 보려고 이것저것 교육 자료들을 준비하고 또 책을 읽어 주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규는 도무지 책에는 관심이 없었고 제가 책을 읽어 주면 책을 밀쳐 버리고 다른 데로 가거나 책을 갖고 노는 것만 하려 했습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절망했습니다. 이 아이는 도저히 학습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고는 며칠 해 보다가 그만두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정규에게 책을 읽어 주라, 특히 아장아장 성경을 읽어 주며 이야기를 많이 해 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과연 정규가 가만히 앉아서 읽어 주는 걸 들을까 의문이었습니다. 그 때가 2004년 12월 초였고, 그 해 12월 22일 저는 ‘이제는 책을 읽어 주면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다. 전에 그렇게도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다.’라고 기록해 놓았습니다. 때로는 책을 갖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2008년 4월) 정규에게 “정규야, 책 읽어 줄 테니. 골라 보세요.” 했더니 “부활. 예수님…” (부활의 첫 열매되신 예수님)하며 그 책을 책꽂이에서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읽어 주는 동안 내내 단어들을 따라 말했는데 다음은 그것들을 적어본 것입니다: 유다, 십자가, 예수님, 지고가, 못 박…, 유대, 대 제사장, 혹시, 갈릴리, 부활…

 

     의외로 정규는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다른 일반 아이들도 마찬가지라 합니다. 처음에 저는 아이를 가르칠 때는 ‘뽀뽀뽀’의 ‘뽀미언니’ 같이 재미있고 즐겁게 가르쳐야만 아이들이 신나서 학습내용을 잘 받아들이는 줄 착각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2시간씩 아이를 가르치라 하셨을 때 ‘아니, 저같이 재미없는 사람이 무슨 재주로 2시간을 이끌어 갑니까?’라고 반문하였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재미가 아니라 기쁨이며 또 기쁨은 어떻게 얻어지는지는 세운돌 웹사이트의 Q&A의 ‘교회가 재미없어요!’를 읽어 보시면 잘 아시게 될 것입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불과 한 달쯤 되었을 때 차 안에서 ‘교회, 예배, 기도’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배운 단어들을 중얼거리기도 했고, 저녁 때 아빠한테 공부하는 카드들을 갖고 와서는 ‘교회, 예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성경공부에 나오는 단어의 글자들을 보여주며 따라 말하도록 하였습니다. 간혹 생활 속에서 스스로 듣고 익힌 단어들이 있긴 하지만 (예: 파리, 공부…), 성경 공부에 나오는 단어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처음에는 생활과 관련된 단어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책도 성경 이야기만 읽어 주고 노래도 찬송만 불러주고 들려주라 하셨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다른 책들도 읽어 주어야 할 때가 오겠지만, 우선은 성경 이야기와 찬송에 하나님이 역사하신다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규의 공부는 하나님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비교적 순종적이 되었다지만 여전히 따라 말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발음도 발음이거니와 마음은 원이로되 능력이 따라 주지를 않아서 이기도 했고, 때로는 옛 습성으로 돌아가 자기 세계에 빠져 멍한 상태로 들어가기도 했고, 좀 더 후에는 보다 정상적이 되면서 정상적인 아이에게서 보이는 고집도 부리는 것 같았습니다.

 

     정규에게는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면 그리로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는 게 정상인데 정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쳐다보는 만큼 생각하는 것이니 쫓아가서라도 눈을 쳐다보게 하라 하셨고, 순종의 태도를 가르쳐야 되므로 눈동자 돌리는 것조차도 엄마의 말에 따르는 아이로 훈련시키라 하셨습니다. 과연 제가 이렇게 치열하게 했나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순종하는 척만 했는데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엄마 보세요!” 하면 고개를 위로 올리고 딴 데를 쳐다보기가 일쑤였고, 한 때는 그 말에 저를 공격하기도 했지만, 서서히 쳐다보는 시간과 횟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쳐다보라고 하면 쳐다보고, 때로는 마주보고 웃고 말하는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2004년 11월 ‘빛, 하늘, 땅, 바다, 나무’를 가르치면서부터는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것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을 (땅을, 정규를…) 만드신 분이 누구지요?’, ‘어떻게 만드셨지요?’, ‘정규 안에 계신 분은 누구지요?’, ‘예배는 누구한테 드리지요?’… 등의 질문을 하면 대답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단어를 따라하는 것과는 달리 생각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처음에는 답을 가르쳐 주고 따라 말하도록 하였는데도 도무지 대답을 안 해서 답의 글자를 보여주며 말하도록 해야 간신히 대답하는 식이었습니다. 2005년 1월 9일 오늘은 글자를 보지 않고 대답하게 하리라 마음먹고 정규를 붙들어서 저를 쳐다보게 하고는 끈질기게 계속 시킨 끝에 ‘해를 누가 만드셨지요?’ 라는 질문에 글자를 보지 않고 제가 답을 말해 주지 않고도 ‘하나님’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요. 그 이후로도 공부할 때, 책을 읽어줄 때, 또 평상시에도 질문을 하고 대답하도록 하면 정규는 주로 질문과 답을 외워서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 질문의 순서를 바꾸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5월 1일 “삭개오는 외로워”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 주다가 ‘삭개오가 왜 나무 위로 올라갔죠? 누구를 보려고 올라갔어요?’ 라는 질문에 책에서 ‘예수님’이라는 글자를 찾더니, 짚으면서 ‘예수님’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그동안 수없이 했지만 한 번도 대답을 못했었는데 그 날은 그 답을 기억하고는 대답한 것입니다. 할렐루야!

 

     단순히 단어를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일도 그렇게 어려워하더니 드디어 2006년 2월쯤 되었을 때는 따라하라는 말은 순종하여 따라하게끔 되었습니다. 넷 이상의 긴 음절의 말들은 어려워했지만 말을 안 하고 버티는 일이 점점 없어졌고 적어도 순종하여 한 두 음절이라도 소리를 내어 따라 하고자 하는 태도가 되었습니다. 이즈음에는 앵무새처럼 따라하게 하는 것 말고도, 사물의 이름을 가르쳐 준 후 ‘이게 뭐지요?’ 물어보면 즉시 기억하여 답하는 것도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잘 기억을 못하여 가르쳐 주고 물어보기를 한참을 반복해야 겨우 대답할 수 있었지만, 약 1주일 훈련 후에는 훨씬 빨리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 세운돌 성경 공부에 나오는 단어, 문장,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글자로 익힌 게 아니라 그림으로 익힌 것이기 때문에 책에서 배운 단어들이 나오면 간혹 읽기는 했지만 (예: 하나님, 예수님, 다윗, 폭풍…) 글자를 깨우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정규는 아직도 신체의 움직임이 어눌하여 혼자 먹고 씻고 화장실 가고 옷 입고 벗고 하는 능력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어눌한 운동 능력 때문인지 발음도 어눌합니다. 자음 중의 세 가지 ‘ㅅ, ㅈ, ㅊ’ 은 아직 발음이 안 되며, 받침도 발음을 거의 잘 못하고, 모음들도 ‘어, 오, 우’ 는 계속해서 정확하게 말하도록 고쳐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발음도 처음과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차이로 좋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기도’를 처음엔 ‘따드’ 비슷하게 발음했는데 언젠가부터 ‘기오’ 하더니 나중에는 ‘기도’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너무 이상하게 발음해서 도저히 기록할 수도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으해’ 비슷하게 말합니다. ‘하늘’, ‘땅’, ‘아멘’은 처음에는 ‘하푸, 닷, 마멘’ 이라고 했는데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발음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갑자기 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셨는데, 정규의 발음 문제에도 하나님은 서서히 역사하시는 것 같습니다. 안되던 발음이 되었을 때 기록해 놓은 것을 적어 보았습니다 ; 구, 두 (2006/4/6), 코 (2006/9/26), 도, 노, 고, 토 (2006/10/23), 기도 (2007/1/8), 꽃, 꽁꽁 (2007/1/10), 공 (2007/1/11), 까 (2007/3/8), ‘너구리’의 구, ‘터널’의 터(2007/4/30), ‘노아’의 노 (2007/6/18), 동물, 물 (2007/11/10), 께, 게 (2007/12/10)… 일일이 기록해 놓지를 않아서 빠진 것들도 많으리라 여겨집니다. 특히 교육 초기에는 ‘따드’처럼 전혀 말도 안 되게 발음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나중에는 발음하기 어려우니까 꾀를 부리며 그냥 ‘으으’하는 경우도 있었고, 진짜로 발음이 안 되어서 ‘으으’할 때도 있었습니다. ‘으으’하던 것을 정확하게 소리 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정규를 택하시고 고치시기 시작했을 때부터의 일을 회고해 보면, 정규가 한 단계 높아질 때 마다, 그럴 필요가 있을 때 마다, 사모님을 통해 역사하신 일이 많습니다. 저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 셋으로 뛰어 넘을 생각도 못하고 하나에 머물러 있을 때, 하나님은 사모님을 통해 그 다음 단계로 뛰어 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주일 날 예배가 끝난 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그 날의 설교 말씀을 정리해서 요약해 주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을 갖는데, 2006년 8월 27일 주일부터는 사모님이 그 시간에 정규를 데리고 가르치시면서 목사님이 세 문장으로 요약해서 주시는 설교 말씀을 정규가 따라 말하도록 시키기 시작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육의 목적도 있으셨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정규를 사랑하셔서 정규에게도 영의 양식을 먹이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일 주일 동안 집에서 그 말씀들을 따라하도록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한 소절씩 따라하도록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제일 처음에 시작한 문장인 ‘하나님 아버지가 함께 계십니다.’에서 ‘하나님’은 이제까지 많이 해서 잘 하는데 ‘아버지가’는 도무지 따라 하지를 못해서 일주일 내내 씨름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두 시간 내내 하는데도 따라하지를 못하고 번번이 ‘아버…’에서 멈추어 버리니 화도 나고 실망스러워 “전 도저히 못하겠어요.”라는 고백이 절로 나왔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정규를 가르치는 일에는 땀과 눈물이 있어야 한다 하셨는데, 인격적으로 훈련이 덜 된 저에게는 땀과 눈물 + 소리 지름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시간들로 점철된 날들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 주여!’라는 탄식과 함께 제 속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님, 도와주세요.”였습니다. 나름대로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거의 믿음이 없었던 저에게 믿음의 선물을 주시고 하나님의 딸다운 자로 훈련시키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목적이 정규를 저에게 맡기셨을 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는 정말 유능하고 무슨 일이든지 열심을 내서 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왜 하필 저 같은 사람에게 정규를 맡기셔서 나도 힘들고 정규도 힘들게 하시나 불평도 했었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뜻이 아주 조금 쯤 알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큰 그림을 도저히 알지 못하는 저로서는 아주 조금 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처음 교육을 시작했을 때 말을 안 하던 정규가 입을 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던 것처럼, 그렇게 안 될 것처럼 보이던, 주일 말씀을 한 소절씩 따라하는 일도 하나님께서 도와 주셔서 어느 순간 잘 따라하게끔 되었습니다.

 

     이즈음 (2006년 10월) 정규는 점점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여 말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여름에 교회 식구들과 함께 갔던 캐나다 여행을 기억하여 ‘목사님, 캐나다, 오바 (워키토키를 사용할 때 쓰던 말)’라고 말해서 남편과 함께 한참 웃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저녁 먹은 후의 일과를 ‘이 닦… 공부… 하나, 둘… 기도, 코’ (이 닦고 공부하고 하나, 둘 하며 체조하고, 기도하고 , 코~ 자요)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가르쳐 준 단어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주일 말씀으로 주시는 문장을 한 소절씩 따라하는 것과 매일 시키는 주기도문도 한 소절씩 잘 따라하게 되어서 거기서 안주하고 있을 때, 2007년 2월 25일 하나님께서는 이제는 문장을 두 소절 이상씩 따라 말하도록 하는 것을 사모님을 통해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도전을 두려워하여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하나님은 그것을 잘 아시고 목사님과 사모님을 통해 이끌어 주시고 새로운 발자국을 내딛도록 몰아 가셨습니다. 주일 말씀과 함께 전에 성경 공부에서 배웠던 문장들도 외우게 하였습니다. 성경 공부할 때 배웠던 문장들은 과연 할 수 있을까 은근히 우려했던 것과는 반대로 비교적 쉽게 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좋으신 우리의 아빠예요.’, ‘노아 할아버지 노아 할아버지 방주를 만드네요.’, ‘하나님은 기드온에게 나팔과 횃불을 가지고 싸우라고 하셨어요.’ 등의 문장들을 한 소절씩 또는 두, 세 소절씩 여러 번 시킨 후 한 문장 전체를 외우게끔 했는데, 이미 많이 했던 문장들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주일 말씀은 전혀 새로운 것이어서 더 어려워했지만, 어느 주일 날 (2007년 3월 25일) 사모님과 공부할 때 ‘하나님의 통제를 받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라는 문장을 외워서 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규는 정규대로 어려워서 그런지 집중을 잘 안할 때가 많았고, 저는 저대로 그런 아이를 다그치며 한 문장 전체를 외우게 하기까지 인내에 인내를 더해야 했습니다.

 

     2007년 6월 22일부터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사모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방문하셔서 정규에게 글자 공부를 어떻게 시키는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경 공부에 나오는 단어들, 심지어 문장까지도 술술 읽기는 했지만 글자를 알아서가 아니라 그림으로 보고 읽는 것과 같다 하셨습니다. 즉, ‘가나안’은 읽지만 ‘가’, ‘나’, ‘안’ 을 따로 떼어서 읽게 하면 못 읽었습니다. 이제 글자를 하나씩 따로 익히는 일은 한 단계 높은 일이었습니다. 이 글자 공부를 시작하면서 저는 문장을 두 소절 이상씩 따라 말하도록 하는 것을 슬그머니 그만두었습니다. 주일 말씀을 따라하게 할 때도 주기도문을 시킬 때도 그냥 편하게 한 소절씩 따라하도록 했습니다. 씨름을 안 하니까 얼마나 편하던지요.

 

     그 대신 글자 공부를 하면서 또 다른 씨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글자 익힐 때마다 천 번을 되풀이 하리라 다짐했지만 번번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가~하>를 그렇게 힘겹게 익히고 나니까 <거~허>, <고~호>, <구~후>, <그~흐>, <기~히>는 갈수록 조금씩 쉬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달 만에 <가~하>, <거~허>, <고~호>를 거의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약 넉 달 반 만인 11월 중순 쯤에는 글자 표에 나오는 거의 모든 글자들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할 때마다 틀리는 글자들이 몇 개 있긴 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 도무지 할 수 없을 것 같이 보이던 때와 비교해 보면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무슨 일이든 시키실 때는 능력을 주시고 시키시며, 다만 우리가 순종하여 그 일을 할 때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신다는 것을 글자 공부를 통해서도 보여 주셨습니다. 11월 1일에는 사모님이 마지막으로 오셔서 받침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받침 표에 나오는 글자 중에 ‘앙’이 있는데, 정규가 다른 받침들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도 ‘ㅇ’은 발음할 수가 있었고, ‘ㅇ’ 받침이 있는 글자들 중에서도 ‘앙’은 그 소리가 우습게 여겨졌는지, 그 뒤로 ‘앙’을 뒤에 붙여 장난스럽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 바나나 없다 앙, 오렌지 안 된다 앙…

 

     2007년 11월 10일 본격적인 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아장아장 성경”을 읽도록 한 것입니다. 전에도 이 책을 읽도록 했지만 그 때는 제가 한 소절씩 읽어 주면 듣고 따라하도록 한 것이고 이제는 정규가 스스로 글자를 보아 가며 읽는 것이었습니다. 세 줄로 된 한 페이지를 읽는데 처음에는 30-40분씩 걸렸지만 점점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자잘한 일에 신경 쓰는 제 성격대로 처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완전히 읽을 때까지 또 시키고 또 시키고 했는데 목사님께서는 어차피 그 때 익혔다고 완전히 익히는 게 아니고 다음에 할 때는 또 모르는 일이 생기곤 하니까 자잘한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큰 것에 신경 쓰며 가르치라고 권고해 주셨습니다. 목사님 권고대로 하니까 모른다고 화내고 소리 지르는 일도 덜해져서 차츰 읽는 시간이 즐거워졌습니다. 이제는 자주 나오는 글자들,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는, 말했어요, 있었어요, 없었어요, 않았어요, 보세요, 모든, 함께, 매우, 그리고, 그런데…’들은 한 눈에 들어오는지 이어서 한 번에 읽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2008년 5월 10일) “아장 아장 성경” 읽기를 바로 얼마 전에 한번 끝내고 두 번째 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한 글자 한 글자 떠듬거리며 읽는 대신 한 번에 이어서 읽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가’, ‘나’, ‘다’ 낱글자를 익힐 때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고, 앞으로도 이런 기적들을 계속 이루실 하나님께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2008년 2월 6일 그 동안 글자 공부에 집중하느라 중단했던 두 소절 이상씩 문장 따라 하기를 다시 시작했고 또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소절씩 따라 하는 것은 거의 자동으로 되는데 (한 때는 이것도 안 되서 소리 치고 울고불고 씨름 했었지요.) 두 소절을 기억해서 말하는 것은 왜 그렇게 안 되는지 속이 터져서 죽을 것만 같은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정규가 진전이 없이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을 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은 그 때도 하나님께서는 정규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분명 하나님은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며 일하시고 계시고 잠시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우리가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하나님의 생각이 있으시기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선을 행하는 것이 저의 일이라 생각됩니다.

 

     정규 얘기를 할 때 먹는 문제는 언급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정규한테는 큰 문제였고 지금까지도 씨름이 계속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목사님이 첫 날 오셔서 말씀해 주신 하나님의 계획은 ‘완전 정상’ 이었고, 그 일을 위해 하나님은 어떤 한 가지만 고치시는 게 아니라 모든 면에 간섭하시고 하나씩 하나씩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 것 같습니다. 이 먹는 문제에도 하나님은 간섭해 주시고 뜻을 이루어 가셨습니다.

 

     정규는 어릴 때부터 잘 씹지를 못했습니다. 그럴수록 딱딱한 음식을 먹였어야 하는데, 잘 안 먹고 뱉어내니까 딱딱한 음식은 줄 생각도 못하고 부드러운 음식만 해서 먹였습니다. 푹 익힌 찌게 종류와 고기전, 두부조림, 마파두부가 주 메뉴였습니다. 그런데 2004년 3월 그나마 얼마 되지 않던 메뉴들을 다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하던 중 야채 넣고 매콤하게 끓인 고깃국을 잘 먹기에 그 때부터 하루 세 끼를 그 국만 먹였습니다. 정규는 질리지도 않는지 다른 건 다 거부하고 그 국에 만 밥만 먹었습니다. (자폐아 중에 햄버거만 먹는 아이와 순두부만 먹는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과일도 일체 안 먹으니까 갓난아기들이 먹는 병에 든 과일 (Gerber)을 사다 먹였고 부족한 영양분은 종합 비타민으로 보충하고 섬유질이 부족해 변비가 잘 생겼으므로 fiber도 사다 먹였습니다. 2005년 1월 하나님 앞에 이 문제를 내 놓았고 그 해 4월 6일 본격적인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시작되었습니다. 정규가 정상이 되기 위해 씹어야 하니 이제는 물기 있는 음식은 일체 주지 말라는 명령을 주시고 열흘간의 시련을 겪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정규가 씹게 함으로 두뇌를 발달시켜 정상으로 만드시고자 하는 뜻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정규에게 수많은 맛있는 음식을 먹이시고 싶으셔서,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음으로써 영의 양식도 골고루 섭취하는 아들로 만드시고자 그런 명령을 주시고 일을 이루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렇게 최고 최선을 주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모르고 단순히 아이가 굶는 게 불쌍해서 울고불고 하였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인간적인 부모의 사랑은 정말 천지 차이라는 것을 그 사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정규는 혼자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얹어 주고 정규가 숟가락 잡은 손을 제가 잡고 먹게 했는데 열흘간의 시련 후 물기 없는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는 제 손으로 정규의 턱 밑을 받쳐 주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물기 없는 음식이라서 씹어야 삼킬 수가 있는데 씹는 게 습관이 안 되서 그런지 입안에 있는 음식을 자꾸만 뱉어 내놓기 때문이었습니다. 2005년 6월 혼자 먹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완전히 혼자 먹는 게 아니고 정규가 밥을 뜨면 그 위에 반찬을 얹어주고 혼자 숟가락을 쥐고 먹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제가 정규의 턱밑을 받쳐 주면서 말입니다. 혼자 먹는 것을 거부하면 밥을 안 주었고 그래서 또 여러 차례 굶게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해 6월 29일 교회에서 하는 7주간의 여름학교를 통해서 본격적인 먹는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한참 혼자 먹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은 혼자 먹는 것보다 억지로라도 골고루 먹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정규가 매일 먹던 국을 끊고 물기 없는 음식을 먹게 된 후에도 저는 정규에게 주는 음식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너무 딱딱해서, 저건 너무 질겨서 안 먹을 거야 생각하며 먹을 만한 것만 만들어 먹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육의 양식을 영의 양식과 똑같이 여긴다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듣기 좋은 말씀만 듣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말씀이든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사람이 되려면 육의 양식부터 골고루 먹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름학교 기간 동안 몇 분의 집사님들이 돌아가며 점심을 준비하였는데 그날그날 나온 음식은 무엇이든 다 먹게 하셨습니다. 정규가 손으로 치지 못하도록 목사님이 붙드시고 사모님이 정규에게 “정규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아들이니까 순종하고 먹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먹도록 하셨습니다. 안 먹으려고 뱉으면 몇 번이고 다시 입 안에 넣어주며 먹도록 하셨습니다. 억지로 먹이긴 하지만 우리 힘으로 먹이는 게 하니라 하나님의 이름으로 먹으라 하니까 도저히 먹을 것 같지 않던 음식들을 먹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세상의 소위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 틀림없이 “억지로 먹이면 나중에 아이에게 상처로 남는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아버지는 사랑으로 그렇게 하시기 때문에 상처는커녕 오히려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해 여름학교 때 정규가 처음으로 먹은 음식들은 오이소박이, 총각김치, 어묵 볶음, 김, 멸치볶음, 오징어채 무침, 브로컬리, 감자 사과 샐러드, 호두, 복숭아, 자두, 국수 등입니다. 드디어 그 맛있는 과일들을 먹기 시작했다는데 저는 감격했습니다.

 

     그 후로 저도 집에서 더 담대하게 어떤 음식이든 먹도록 훈련시켰습니다. 안 먹으려고 거부하며 그릇을 밀쳐서 국이 쏟아지거나 그릇을 던져서 깨지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정규의 몸이 나이에 비해 작아서 아직은 제가 힘으로 누를 수가 있었고, 하나님이 주신 권세로 끝까지 “하나님이 먹으라고 하시니까 순종하세요.” 하며 억지로 먹이면 먹었습니다. 혼자 숟가락을 쥐고 먹게도 되었고 2006년 5월부터는 제 손으로 턱 밑을 받쳐주던 일도 안 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9월부터는 밥은 조금 주고 반찬을 많이, 그것도 잘게 자르지 말고 큰 덩어리로 주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제가 아직도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뱉을까봐 두려워서 자꾸 잘라주게 되는데, 큼직하게 썰어주기와 이로 베어 먹게 하는 훈련이 앞으로 더 필요합니다.

 

     2007년 10월 29일 또 한 단계 넘어 뛰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날 오랜만에 깍두기를 주었는데 안 먹길래, 그 동안 생각만 하고 도전하지 못했던 일을 시켰습니다. 즉 밥을 먹고 반찬을 따로 먹게 한 것입니다. 그릇을 하나 깨뜨리고 강력한 저항 끝에 드디어……. 성공! 그날 이후로 밥과 반찬을 따로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어떤 음식이든 밥 위에 얹어 주어야 먹었는데 이제 밥 없어도 먹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는 학교에 도시락을 싸서 보냈습니다. 이제까지는 싸서 보내도 제가 쫒아가서 옆에 있지 않으면 안 먹어서 할 수 없이 바나나와 두유만 보냈는데, 이제는 제가 없어도 도시락을 먹게 되었습니다.

 

     2008년 2월 7일 드디어 완전히 혼자 먹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게 된 후에 저는 옆에서 계속 지시를 해 주었습니다. “밥 먹고, 두부 먹고, 김치 먹고, 국 떠먹고 …….”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먹을 때마다 짜증을 부리 길래 한 날은 제가 정규 곁을 떠나서 밥을 먹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는 척하며 제 할 일을 했더니 혼자서 밥 먹고 반찬 먹고 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13년 만에 드디어 밥 먹는 시간에 정규에게서 해방되어 딴 일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젓가락질을 할 수 있게 되면 정말 온전히 혼자 먹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혼자 먹게 되고부터 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양도 많아져서 요즘은 매일 더 달라고 합니다.

 

     자폐아를 위한 책을 들춰보다가 한 가지만 먹으려는 아이를 훈련시키는 방법이 있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되고 차츰차츰 조금씩 먹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에 의하면 먼저 냄새를 맡아보게 해서 싫어하지 않으면 핥아보게 하고 괜찮으면 아주 조금씩 맛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방법과 얼마나 다른지요.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사랑하셔서 매를 때려서라도 미련함에서 벗어나게 하듯이, 몸에 좋은 것을 강압적으로라도 먹게 하셔서 영양적으로나 영적으로나 건강한 자녀가 되기를 바라시는 분입니다. 그런 하나님의 은혜로 한 가지만 먹던 정규가 지금은 못 먹는 것 없이 다 먹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것이 너무 신기해서 가끔씩 정규에게 물어봅니다. “정규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잘 먹게 되었죠? 어떻게 이렇게 잘 씹게 되었죠?” 그러면 정규가 “하나님의 은혜예요”라고 대답합니다.

 

     하나님을 모른다 하나님이 안 계시다 하며 하나님께 대하여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기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영적 자폐증에 걸린 자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자폐증으로 진단받는 아이들의 숫자가 갑자기 증가한 것도 하나님께서 마지막 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영적상태를 보여 주시는 징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영적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자들이 너무너무 많은 이때에 하나님께서 정규를 특별히 택하시고 자폐에서 벗어나게 하신 데는 분명 하나님의 큰 뜻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단순히 정규 한 아이와 우리 가족을 구원해 주시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훨씬 더 크고 원대한 뜻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정규가 정신적 자폐에서 벗어난 것보다 영적 자폐에서 벗어난 것이 훨씬 더 기쁩니다. 설사 지금 당장 정규가 정상이 된다 하더라도 만일 하나님을 모르고 제고집대로만 살아갈 것이라면 정상 된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나님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짐승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짐승같이 살아가던 정규를 택하시어 하나님 말씀에 통제를 받는 자로 훈련시키시어 하나님을 알게 하시며 영적 자폐에서 벗어나게 하시면서 정신적 육적인 자폐에서도 벗어나게 하시니 이것보다 큰 은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지도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이제까지 보여 주신 증거들을 믿음으로 붙잡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옆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주시며 계속 격려해 주시는 목사님과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이끄시는 사모님, 또 저와 우리 가정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시는 세운돌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5/10/2008  이 우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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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 6:33)

But seek first his kingdom and his righteousness,

and all these things will be given to you as well.

 

자폐아 정규 엄마, 이우희 집사님의 간증

▶  놀라우신 하나님 (첫번째 간증) (4/26/2005)  

▶  능치 못함이 없으신 하나님 (두번째 간증) (11/13/2005)

 

▶  정규의 Recorder 연주 (2009년 5월 19일 부터 ~ 2012년 7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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